일상

[영화] 써로게이트 | 스포와 의역이 많이 섞인 감상

breathe-note 2024. 4. 3. 18:20

 

나는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랬더니 카페 사장님이 영화 하나를 추천해 주었고 그 영화가 바로 써로게이트다. 

신경과학 쪽에서 과거부터 행해져 오던 유명한 실험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신경 신호를 읽어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다. 인간이 사고하는 과정 등은 정말 복잡해서 규명되지 못했지만 들어온 감각을 확인하는 것과 행하고자 하는 운동 신호를 탐지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다. 아래 그림 처럼 뇌의 Somatosensory cortex와 Motor cortex에는 각 신체 부위에 해당하는 부위가 존재하고 해당하는 Somatosensory cortex를 자극하는 것으로 원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고 해당하는 Motor cortex를 자극하는 것으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뉴럴링크가 하고 있는 일도 사실은 아직 이런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극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쉽게 박는 기술을 사용하여 그 정밀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써로게이트라는 영화는 슈퍼맨 작가인 Robert Wenditti가 만든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경과 연결된 원격 로봇을 통해 생활한다. 그 로봇이 바로 대리인, 써로게이트, 이다. 소재는 상당히 흥미롭다. 어쩌면 뉴럴링크가 발전하면 일어날 미래의 일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살짝 아쉬웠던 점은 이 소재를 이용해 훨씬 더 많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뭔가 전달하지 못하고 끝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원작 만화를 주문해서 읽어보려고도 한다.) 이제 정말 스포와 함께 사견에 대해 다루어 보겠다.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인간 본연의 모습이 역시 인간성이다 이게 써로게이트의 주요 질문과 대답인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못한다. 써로게이트가 인간성과 멀어보이는 이유는 "뭔가 진실이 숨겨진 것 같다는 불편함"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 약간의 마음 속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써로게이트는 혁명적이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써로게이트는 모두가 젊은 사람처럼 살아가게 만들어준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하게 해주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활동하게 해준다. 신체의 제약 없이 삶을 즐길 수 있다. 만약 이 영화에서 드러난 시스템의 취약성만 없다면 어쩌면 굉장히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생각 했을 때 뉴럴링크 또는 그와 비슷한 회사들이 발전한다면 이런 비슷한 미래가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와 동일하게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해 개발 될 것이며 성능이 올라가면 민간인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인간 본체와 기계 대리인이 완벽히 분리 된 형태인데 우리 세계도 그럴지는 미지수다. 기계 대리인이 분리 될 수도 있겠지만 마치 사이버펑크 처럼 신체와 기계가 융합된 형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생체 소재의 발달이 더 선행되어 위화감이 없는 생체 분자로 이루어진 로봇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걸 로봇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다) 브루스 윌리스와 부인 사이 약간의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장면도 나오기는 하는데 그건 써로게이트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해가 더욱 진전되어야 해결될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소재는 정말 흥미로운 영화이며 부작용만 없다면 정말 이상적인 사회 중 하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SF를 좋아한다면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작품 한 번쯤 볼만 한 것 같다.